방송인·유튜버는 물론 정치인까지 특정 지역 비하 목소리
대구와 광주시민 모두 “과도한 지역감정 조장”이라고 비판
자신의 채널 라이브 방송에서 대구 비하 발언을 하고 있는 개그맨 강성범. 강성범TV 유튜브 갈무리
개그맨 강성범 씨의 지역 차별 발언으로 논란이 되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그의 고향을 두고 운운하는 댓글이 달렸는데 또다른 지역 혐오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유튜브 캡처
최근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부모의 출신지역을 두고 “대구 출신보다는 화교 출신이 낫지 않느냐”는 개그맨 겸 유튜버 강성범 씨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강 씨의 고향을 두고 비하하는 댓글들이 잇따라 달렸다. 강 씨의 지역감정 유발 발언이 결국 또다른 지역 혐오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와 광주시가 갈등의 벽을 허물고자 노력하는 가운데 제3자인 일부 방송인·유튜버·정치인 등의 발언이 물의를 빚고 있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방송인 김어준 씨도 지난해 3월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라고 했다가 논란이 일었고, 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민 통합에 저해한다”면서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대구 칠성야시장을 찾은 한 유튜버가 “이 역병(코로나19)이 어디서 시작됐지?”라고 물었고, 이어 “대구로 많이 알려져 있죠”라는 자막을 올려 대구 비하 논란이 일었다. 지난 3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부산에서 “40년간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나왔음에도 지금 대구 경제는 전국 꼴찌”라며 대구 유권자들의 선택을 비하한 발언을 했다.
대구·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구-광주 달빛내륙철도의 국가계획 반영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과도한 지역감정 조장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A(31·대구 달서구) 씨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들만큼은 지역감정을 일으키는 몰상식한 발언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해 광주에서 대구로 온 의료인 B(37) 씨는 “막상 갔더니,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최선을 다해 일에 매진할 수 있었다”면서 “현실에서는 지역갈등을 느끼지 못하는데, 오히려 유명인들이 이를 부추기는 것 같다”고 했다.
대구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광주 출신 C(28) 씨는 “올해 이곳에 취업한 후 경상도 남자와 연애를 시작했는데, 두 부모님 모두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지역감정 발언의 목적이 ‘자극적 콘텐츠를 통한 수익 창출’이라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되레 역풍을 맞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강성범 씨도 문제의 발언 이후 해당 영상 콘텐츠에 ‘좋아요’보다 ‘싫어요’가 더 많이 찍혔고, “변명할 여지가 없다”면서 사과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는 사회적 통합 기능이 중요한데, 최근 들어 성향에 따라 분열되는 양상을 보인다. 영향력 있는 유튜버·방송인들이 상업적 목적을 위해 악용하면 악순환의 골만 깊어진다. 지역에 대한 발언에 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