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도 축구도 와이카노”…대구 프로스포츠 팬들 속탄다 – 경북일보

삼성라이온즈, 지난해 정규 2위에서 1년 만에 하위권 추락
대구FC, 강등권 내몰린데다 사령탑까지 잃어 ‘최악의 위기’

“야구도 축구도 와이카노”…대구 프로스포츠 팬들 속탄다 – 경북일보
14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의 경기. 1대0으로 패하며 11연패에 빠진 삼성 선수들이 굳은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연합
대구 프로스포츠 팬들에게 암울한 가을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 놀라운 성과를 거뒀던 프로축구 대구FC와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가 올 시즌 동시에 추락하면서 양 팀 감독이 잇따라 자진사퇴, 선장없는 항해를 이어가면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삼성 지휘봉을 잡은 허삼영 감독은 부임 첫해 8위로 마감했으나 지난해 정규리그 2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2015년 이후 6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며, 규정이 바뀌지 않았으면 KT에 상대전적에서 앞서 우승까지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뀐 규정 탓에 1위 결정전에서 패하며 리그 2위에 만족해야 했고,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2연패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그럼에도 전년도 8위 팀을 우승권으로 도약시키면서 올해 성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시즌 시작과 함께 코로나19 확진자로 제대로 된 전력을 구상하기 힘들었고, 후반기 시작과 함께 창단 첫 13연패라는 수모를 당했다.

결국 허 감독은 지난 1일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진만 2군 감독이 소방수로 등판, 감독대행으로 팀을 지휘하고 있지만 가을 야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15일 기준 삼성은 42승2무59패로 9위에 랭크돼 있어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 기아와의 게임 차만 8경기에 이른다.

41경기를 남겨 둔 상황에서 산술적으로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지만 현재 보여주고 있는 팀 성적을 볼 때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포스트 시즌 진출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내년 시즌을 대비한 전력을 구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옳은 방법으로 꼽힌다.

강등이 없는 프로야구와 달리 대구FC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9일 오후 대구 DGB 대구은행파크경기장에서 열린 ‘2022 K리그1’ 울산현대와 대구FC의 경기. 전반전 쿨링 브레이크 타임에 대구FC 정태욱이 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연합
대구FC 역시 지난해 정규리그 3위·FA컵 준우승·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진출이라는 시민구단으로서는 놀라운 업적을 남겼다.

DGB대구은행파크 개장 직전인 지난 2018년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기세를 올리기 시작한 대구는 2019년과 2020년 상위 6개 팀이 치르는 파이널A에 안착한 데 이어 지난해 K리그 3위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K리그1에서는 위상을 굳건히 했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사상 첫 K리그 우승고지와 지난해 16강에 그쳤던 ACL에서 더 높은 곳으로 가겠다는 야심찬 의지를 담아 국가대표 수비수 홍철과 태국에서 우승 청부사로 불리던 가마 감독을 영입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대구는 리그 시작과 함께 삐걱거리기 시작하다 ACL 예선리그를 거치면서 팀이 조금 살아나는 듯 했지만 여름 시작과 함께 10경기서 5무 5패의 성적을 거두면서 9위(승점 27점)로 떨어졌다.

대구가 1경기 더 치른 상황을 감안하면 11위 김천(승점 26점)보다 아래에 있는 셈이어서 사실상 강등권으로 내몰렸다.

대구로서는 정규리그가 6경기 밖에 남지 않은 데다 ACL 토너먼트를 마치고 돌아오자 말자 김천을 만나게 돼 있고, 이어 포항·전북·제주·서울 등 성남전을 제외한 6경기 모두 승리를 장담하기 쉽지 않은 상대를 만난다.

이런 상황에서 가마감독의 갑작스런 사퇴로 올 시즌 팀의 생존여부를 가름할 가장 중요한 시기에 선장마저 잃어버렸다.

이변이 없는 한 3년 연속 이어오던 파이널A 진출은 사실상 물 건너갔고, 이제 파이널라운드까지 11경기에서 K리그1 생존경쟁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시즌 종료를 앞두고 있는 데다 성적과 팀 분위기마저 엉망인 상황에서 중량감 있는 감독 구하기가 쉽지 않다.

대구가 최악의 경우 또다시 K리그2로 강등되면 과거처럼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

현재 K리그2에는 대전·전남·부산 등 3개 기업구단이 활동하고 있지만 15일 현재 대전만 2위로 승격을 노려볼 수 있지만 전남과 부산을 최하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기업구단마저도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민구단인 대구가 K리그2로 떨어지면 지원금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세징야·제카·이근호·홍철 등 이름값이 높은 선수들이 떠날 수밖에 없어 전력 약화로 인한 승격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기 때문이다.

대구가 신임 감독 선임이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출혈을 감수하는 등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결국 감독 선임을 얼마나 빠르게 진행하는지가 대구의 강등, 생존이 결정될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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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email protected]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