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 동구 둔산동에 가면 옻나무가 많은 골짜기여서 옻골이라는 이름이 붙은 ‘옻골마을’이 있습니다.
이 곳은 조선 후기 대구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가였던 경주최씨 광정공파(匡正公派)의 집성촌입니다. 하지만 원래는 문화류씨(文化柳氏)의 세거지로 전해집니다.
이 마을은 남쪽을 제외한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주산인 정봉에는 거북이를 닮은 생구바우(生龜巖, 생구바위, 생구암, 생귀암)라 불리는 큰 바위가 있는데. 이를 최동집의 호를 붙여 ‘대암(大巖)’이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최동집의 증손인 최수학(崔壽學)이 비보림(裨補林; 풍수지리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하여 조성하는 숲)으로 가꾸었다는 느티나무 숲과 연못이 있습니다. 숲 어귀에는 수령 350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름드리 회화나무 두 그루가 마을의 역사를 말해줍니다.
마을의 가장 안쪽에는 대구의 조선시대 가옥 중 가장 오래된 ‘대구 백불암 고택(국가민속문화재 제261호)’이 있습니다.이 고택은 17세기 말에 건축된 살림채와 18세기 중반에 지은 보본당(報本堂)이라는 재실, 최동집과 최흥원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 등으로 이루어진 경주최씨의 종택입니다.
마을에는 수구당과 최흥원 정려각, 동계정 등 오래된 건축물들이 남아 있으며, 이 건축물들은 흙다짐에 돌을 박아 만든 ‘토석담’으로 지어졌습니다. 전통가옥과 토석담이 어우러진 길을 찬색 하다보면 이 마을만의 고유한 정취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한유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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