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尹 비속어·이준석 징계 사태 때 비판 목소리
김기현·나경원 “역선택 방지 위해 여론 비중 낮춰야”
경선룰, 당원 투표반영 70%이상 개정 의견 나와
◆…유승민 전 의원이 2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2022.9.29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차기 당권 경쟁이 불붙고 있는 가운데 유승민 전 의원이 당대표 적합도에서 1위를 차지한 여론조사 결과를 자신의 SNS에 잇따라 공유했다. 유 전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 “與 대표 적합도…유승민 TK서 44.5%로 급등, ‘배신자 족쇄’ 벗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앞서 지난 9일에도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유 전 의원이 전통 보수 지지층이 밀집해 있는 대구-경북(TK) 거주 응답자 사이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보수 성향 응답자들 사이에서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건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일각에선 유 전 의원의 선전이 역선택으로 보기만은 어려운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는 헤럴드경제의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 기사 내용을 인용해 공유한 바 있다.
한동안 잠행을 이어온 유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으로 정국이 시끄러울 무렵부터 “막말보다 더 나쁜 게 거짓말””국민을 개돼지 취급 말라”는 등 윤 대통령을 향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또 이준석 전 대표의 추가 징계가 결정됐을 때도 “양두구육이 징계 사유라면, ‘이 xx들, x팔린다’는 막말을 한 윤석열 당원은 왜 징계하지 않느냐”고 공개발언 수위를 높였다. 더 나아가 “당장 내년 예산에서 불필요한 예산은 없애고 민생을 살리는 예산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다수당인 야당과 긴밀하게 협력하라”고 촉구하고 나서면서 윤 대통령과의 대립각을 드러내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지난달 29일 대구 북구 경북대·경상대 합동강의실에서 강연을 마친 직후 기자들로부터 당권 도전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 나라를 위해서 제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꼭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당대회 출마에 대한 확답을 말하지 않았지만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1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유 전 의원에게) ‘대표님 전당대회 출마하십니까?’라고 제가 문자를 넣었는데 ‘장 교수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답이 왔다. 제가 ‘당연히 출마하셔야죠.’ 그랬더니 ‘알았어. 고민해 볼게’라고 답했다”며 “저런 반응은 출마하는 쪽으로 무게 추가 기울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유 전 의원의 이 같은 행보에 차기 당권을 놓고 본격 몸풀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자 당 안팎에서 유 전 의원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표면화되고 있다.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김기현 의원은 14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역선택 방지 조항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반론의 여지가 없다”며 “전당대회 룰은 선수가 정하는 것이 아닌 심판이 정하는 것이니 따라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선 “요즘와선 때론 과도한 측면들이 보였다. 균형감을 조금 잃은 것이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1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작년 서울시장 경선 때는 100% 여론조사 경선을 하면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안 뒀다. 그래서 민주당이 선택한 우리 당의 시장 후보가 당선이 된 형국이 되어 버렸다”며 역선택 방지 조항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는 항상 제가 1등”이라며 당심에서는 자신이 우위라는 점을 피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4일 페이스북에 “2011년 전당대회 연설 때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박근혜 전 대표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맹세했던 사람이 유승민 전 의원이 아니었던가. 그런 사람이 탄핵 때는 돌변했다”며 “대선 경선 때 내가 한 말을 차용해서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도 납득이 안간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최근 들어 유 전 의원을 저격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윤상현 의원도 11일 페이스북에서 “누가 보면 야당 강경파 정치인인 줄 알겠다”라며 “당원들이 그런 정치에 실망해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탈락시킨 것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여론조사 1등으로 나오는 내용을 들어가서 구체적인 데이터를 보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유승민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라며 “역선택이라기보다 실제 지지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봤을 때 국민의힘이 가장 망가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승민 의원의 ‘역선택’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당 안팎에선 방지책 마련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기존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비율(7대3)을 조정해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더 높이자는 의견이 당 지도부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하람 변호사는 14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전당대회 룰을 변경해서라도 당 주류 입장에서의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하는 움직임이 당내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줄이고 당원들 투표 비율을 높여 친윤에 가까운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룰을 바꿔야 되지 않겠느냐는 논의가 당내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대표 뽑을 때 내가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국민의힘을 망치기 위해서 여론조사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가 그때 최약체 후보를 일부러 선택하는 분이 도대체 몇 분이나 있겠냐”며 “이미 자체적인 역선택 방지가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