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달 11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기자실을 찾아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홍준표 대구시장이 닷새 앞둔 대구퀴어문화축제 장소에 시내버스 우회 협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시내버스가 축제 장소를 우회하지 않으면 축제 진행에 차질이 예상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퀴어 축제 때 주변 도로에 대해 버스노선 우회 요청이 경찰에서 왔다. 집회 신고와는 달리 도로점용 허가는 대구시 중구청의 사항이고, 버스 노선 조정은 대구시의 업무다. 대구시로서 도로점용 허가나 버스 노선 우회를 할 만큼 (퀴어 축제가) 공공성 있는 집회로 보기 어려워 그런 조처를 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썼다. 그러면서 “경찰에서 원만한 질서 유지를 잘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일 홍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퀴어문화축제를 두고 “시민에게 혐오감을 주는 축제는 안 했으면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구퀴어문화축제 장소에 시내버스 우회 협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갈무리
시내버스가 축제 장소를 우회하지 않으면 축제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오는 17일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장소인 대구시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는 약령시 앞·약령시 건너 정류장이 있는데, 각각 13개·11개 시내버스 노선이 지나간다.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이미 대구 중부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마쳤다.
경찰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상 이미 집회 신고는 마친 상태이고, 집회 금지 통고나 보완 통고를 하기에는 늦었다. 경찰은 주말 집회를 앞두고 주변 상가 등에 도로 통제로 불편이 있더라도 이해해달라고 현장 홍보활동을 하고 있는데, 행정에서 이렇게 엇박자를 내면 곤란하다. 대책을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15회째를 맞는 대구퀴어문화축제는 기독교 단체, 상인, 대구 중구청 등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어 왔지만, 대구시장이 나서 축제를 반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시장 취임 뒤인 지난해 10월에도 같은 장소에서 제14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렸지만, 대구시는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배진교 축제 조직위원장은 “소외되고 차별받는 시민이 없는지 돌아보고 적극적으로 갈등을 해결해야 할 지방자치단체장이 나서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홍준표 시장은 성소수자, 장애인, 여성, 이주민도 모두 대구시민임을 기억해야 한다. 혐오를 이용한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축제는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13일 오후 대구지법에서 대구퀴어반대대책본부 등이 축제 조직위원회를 상대로 낸 대구퀴어문화축제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 기일이 열린다.
김규현 기자 [email protected]